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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냄새 역겹다" 학교 통지에 논란 확산

한인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 도시락에 김치, 치즈 등을 싸줬다가 학교 측으로부터 주의를 받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 측은 “도시락의 불쾌한 냄새가 주변 학생에게 방해가 된다”는 주장이고, 한인 학부모는 “자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싸준 것이 잘못된 것인가”라는 항변이다.     이러한 논쟁은 한인으로 추정되는 한 학부모(아이디·flowergardens0)가 지난 14일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사연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먼저 이 여성은 ‘아이에게 부적절한 점심을 싸준 내가 나쁜 사람인가’라는 제목과 함께 “나는 34세로 프리스쿨에 다니는 5살 된 아들을 두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여성은 “학교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교사가 매우 무례한 말투로 ‘역겹고(disgusting)’ ‘부적절한(inappropriate)’ 도시락을 싸지 말아 달라고 했다”며 “그동안 담당 교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그녀가 그렇게 말했을 때 너무 당황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나는 우리 아이에게 주로 블루 치즈와 염소 치즈를 곁들인 샐러리, 김치와 스팸, 스리라차맛 도리토스를 싸준다”며 “나는 교사에게 '다른 학생들이 산만해지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며 그러한 이유로 아들에게 싸주는 점심 메뉴를 바꾸진 않겠다'고 말한 뒤 통화를 끝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학교 측에서 이 학부모에게 도시락 문제와 관련해 이메일을 보냈다.   이 여성에 따르면 학교 측은 이메일에서 “(학부모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한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보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통보했다.   한인 학부모는 “답장을 보내기는 싫고, 교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다”고 글을 맺었다.   현재 이 게시물에는 5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레딧에 따르면 댓글의 94% 이상이 한인 학부모의 입장에 동의했다.   ‘당장 학교 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 교사는 인종차별주의자로 학교에서 가르치기에 부적합하다(이하 아이디·thatshygal717)’ ‘교사에게는 특정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말할 권리가 없다(Wall2846)’ ‘교사는 불편함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이번 도시락 이슈를 아이들이 다양성에 대해 배울 기회로 활용했으면 어땠을까(ambien)’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반대 주장도 종종 눈에 띄었다. ‘나도 한인인데 도시락에 김치를 싸준다는 게 놀랍다. 우리 가족은 김치를 좋아하지만, 김치 냄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피해를 줄 수 있다(Bunnies)’ ‘메뉴를 보면 김치뿐 아니라 블루 치즈 등 기본적으로 냄새가 나는 음식들인데 주변을 배려해 자녀에게 다른 음식을 권하는 게 좋겠다(SnooChickens)’ ‘교사가 현명하게 말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부모도 주변 환경을 좀 더 고려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Nice_Option)’등의 의견도 있었다.   현재 가주 지역 학교에서는 특정 음식에 대한 금지 규정은 없다. LA통합교육구(LAUSD) 수전 이 교사는 “가끔 반에 심각한 땅콩 앨러지 학생이 있을 경우 학부모들에게 알려주거나 블루베리를 입으로 뱉으며 장난치는 경우가 있어 주의사항을 전달하기도 한다”며 “내막은 자세히 모르지만, 학부모는 학교 측 사정을 배려해주고, 해당 교사는 메시지 전달을 현명하게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딧에서는 현재 해당 게시물에 대한 댓글 기능을 차단했고, 글을 쓴 한인 학부모의 계정은 삭제된 상태다. 이 여성이 작성한 글 내용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학교 김치 김치 냄새 학교 도시락 한인 학부모

2023-03-21

[수필] 김치별곡

“김치가 맛을 내려면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듯   팬데믹의 세월, 버티며   성찰하며 반성하며   성숙하게 살아내며   다시 새로운 삶으로   태어나야 할 것 같다”   오미크론의 기세가 등등하게 확산하고 있다. 숨죽이며 살아낸 2년 넘는 그 힘들고 지루한 시절도 모자랐는지 ‘외출 자제’ 명령이 내려졌다. 하여 어제 마켓에 가 조금 넉넉한 장을 보며 김칫거리와 배추를 사왔다.   장보기를 거들던 남편은 힘들게 김치는 왜 담그냐 그냥 사 먹지 하며 미안한 잔소리를 했다.     한 귀로 듣고 흘려 보내며 마음 속으로 나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여보세요 김치 담그기는 내 가족을 살리는 살림살이요 내 삶의 한 조각이랍니다. 나에게 주신 귀하고 아름다운 사명이지요.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밤에 절여 놓은 배추를 씻었다. 배추는 낭창낭창 잘 절여져 씻어 주기를 기다린 듯 흐르는 물에 날개를 펴고 춤을 추었다. 그 뻣뻣한 몸통을 칼로 두 쪽 내어 일단 소금물에 잠수시켜 숨을 죽인 후 다시 켜켜이 천일염을 솔솔 뿌려준 뒤 몇 시간 잠을 재웠다. 적당히 잘 절여진 김치의 주인공 배추는 이제 정갈하게 씻고 소쿠리에 다소곳이 담겨져 나를 바라보고 있다   사람도 기가 세어 너무 빳빳하면 섞여 살기가 힘들 듯이 잘 절여지지 않은 배춧잎은 떼어 따로 놓았다. 나 홀로 공주 노릇 실컷 하렴, 나중에 기 센 것들만 모아서 겉절이 만들면 너희끼리 서로 기 죽이며 버무려지며 풋것들의 아삭아삭한 맛으로 변신하겠지.   김치 양념을 준비한다. 부드럽고 하얀 찹쌀풀, 다져놓은 마늘과 생강,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젓국, 색깔 고운 매운 고춧가루, 달달하고 시원한 배, 알싸한 갓과 싱싱한 쪽파, 썰어 놓은 무채, 각각의 고유한 맛을 지닌 그것들을 살근살근 버무린다. 김치 양념 특유의 냄새가 맛있게 났다. 각각의 재료들이 잘 어우러져 나는 맛의 향기다.     어릴 적 김장하는 날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안에서 났던 고소하고 매콤한 김치 냄새가 생각난다. 하얀 광목 앞치마를 입은 엄마가 양념 묻은 배추 한 잎 돌돌 말아 입에 넣어 주신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김치는 바로 그리운 고향의 향기요 정겨운 고향의 맛이다. 그래서 40년 넘는 타향살이에 고향을 가슴에 담고 이렇게 김치의 근성으로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루 세 끼 중 아침 한 끼만 빵과 커피이지 두 끼는 한식이기에 김치와 깍두기는 식탁의 단골 메뉴다. 어머니의 김치 맛이 우리 자매들에게 전해졌는지 뉴욕에 사는 아들도 할머니, 엄마, 이모의 김치 맛이 똑 같다고 감탄하며 나에게 전화를 했다. 이렇게 조상들의 음식 문화가 맛으로 전수되고 있나 보다.   소금이 배추의 속살에 스며들어 짠맛을 나누며 부드러워지고 잘 혼합된 양념을 받아 들여 긴 숙성의 시간을 기다려 김치가 만들어진다. 마치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어울어져 공들인 그 무엇이 세워지듯 그렇게 깊은 맛 나는 김치가 정성과 기다림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김치는 된장, 고추장, 젓갈과 함께 우리 조상들이 남겨 주신 먹거리 유산, 기다림의 미학이다. 김치가 맛을 내려면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듯 이 팬데믹의 세월, 버티며 성찰하며 반성하며 성숙하게 살아내며 다시 새로운 삶으로 태어나야 할 것 같다.   배춧잎 켜켜에 양념으로 채우고 마지막 큰 잎사귀로 배추의 몸통을 돌아 싸주며 김치통에 차곡차곡 담는다. 마치 강보에 싸인 아기처럼 어미의 손길로 배춧잎에 싸여 오롯이 줄 지어 누워있는 김치의 모습이 평화롭기도 하다.   이제 푹 깊은 잠을 자거라. 맛난 냄새가 나면 너를 깨우리라. 선잠을 자면 풋내가 나니 제발 깨지 말아다오. 숨 죽이며 숨을 쉬며 살아내거라 맛이 완성되는 그날까지. 오늘 담근 김치는 성공할 것 같다. 배추에게 내 마음을 들켜버려서. 오미크론의 부담도 털어 버리자. 김치에게서 한 수 배웠으니까.   김치가 담긴 커다란 김치통을 바라보니 창고에 양식을 가득 채운 부자가 된 듯 신명이 난다. 살으리 살으리랏다 라성에 살으리랏다. 김치랑 깍두기 먹고 라성에 살으리랏다. 얄리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 라진숙 / 수필가수필 김치별곡 김치 양념 김치 냄새 김치 담그기

20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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